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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도은영의 대금이야기_만파식적의 소리로 천년의 시름을 달래다.
  • 서민주
  • 2024-10-05 오전 4: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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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영의 대금이야기_만파식적의 소리로 천년의 시름을 달래다

 



추석을 앞둔 일요일, 순천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대금 산조 연주자 도은영 선생님의 두 번째 개인발표회가 열렸다. 이 발표회는 순천문화재단의 2024 창작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17년 만에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 "도은영의 대금이야기: 바람이다, 바라다, 대바람을 일으키다"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 공연은 단순한 연주가 아닌, 우리의 문화와 자연, 그리고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추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기임에도 공연장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도은영 선생님은 1989년 유럽 배낭여행 중, 그곳 문화를 경험하며 우리 음악에 대한 무지함을 부끄러워했고, 이 부끄러움이 그녀를 대금이라는 운명적인 악기로 이끌었다. 이 악기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했다.

 

그녀와 12년을 함께 해온 '천년대숲 대금연주단'의 단원들은 묵묵히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 대금의 소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들의 연주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나무처럼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들은 마치 한 그루의 나무처럼 단단하게 서로의 음악적 뿌리를 내리며, 함께 걸어가고 있다.

 

조준익 회장은 천년대숲 대금연주단을 이끌며, 2012년부터 지금까지 그들의 연주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해왔다. 이번 발표회에서도 서은기의 장단, 김수현의 판소리, 김일우의 발레, 김호성의 무예, 이동희의 시낭송이 어우러져 다채로운 무대를 완성했다.

 

공연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나뉘었다.

 

**1: 바람이다**

도은영 선생님은 고된 세월을 견뎌온 부모님과 형제, 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 바치는 위로의 바람을 불었다. 그 소리는 마치 넓은 들판을 스쳐 가는 바람처럼 따스하고도 애잔했다.

 

**2: 바라다**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그들이 또 다른 세상에서 행복하길 기원하는 소망의 소리를 연주했다. 그리움과 사랑이 대금 소리에 스며들어 관객의 가슴을 울렸다.

 

**3: 대바람을 일으키다**

힘찬 대바람은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는 소리였다. 도은영 선생님은 대금을 통해 삶의 역경을 견뎌내고 다시 일어서는 힘을 전했다.

 



공연은 보랏빛 몽환적인 꽃과 나비를 배경으로, 대금의 신비로운 음색 속으로 관객을 깊이 빠져들게 했다. 원장현 선생이 작곡한 소쇄원의 편곡으로 시작해, 판소리와 함께한 상주아리랑, 대금산조, 그리고 가수 안예은의 노래 '상사화'의 대금 연주까지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졌다. 특히 발레리노와의 콜라보로 펼쳐진 대금 춤산조는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도은영 선생님은 대금이 1300여 년 전, 세상의 모든 고난과 역경을 잠재우는 신비한 악기로 기록된 우리 고유의 악기임을 강조했다. 그 맑고 장쾌한 소리는 한민족의 혼이 깃든 소리로, 그녀는 이 소리를 이어가는 역할에 자긍심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조준익 회장은 이번 발표회를 통해 대금의 청아하고 따스한 소리가 시민들의 마음속에 깊은 위로가 되길, 더 나아가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더욱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 공연은 대금이라는 악기를 통해 우리의 전통을 되새기며, 자연과 생명, 그리고 사람의 본질적인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의미 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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