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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최경균 개인전 GRIN GREEN GRASS 전시회에 다녀오다
  • 박희연
  • 2024-10-01 오후 7:14:53
  • 269

2024829일부터 92일까지, 순천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실에서는 순천문화재단 2024 창작예술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최경균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습니다. 제목은 ‘Grin Green Grass of Home’, 딱 봐도 ‘Green Green Grass of Home’노래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이 전시회는, 전면의 연두와 초록이 섞인 숲의 색처럼 자연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전시들로 가득해 있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을 잇는 메시지를 아트포스터로 표현’. 이 전시를 한 줄로 요약한 문구는 이러했습니다. 빨강색부터 보라색까지 다양한 색상으로 펼쳐지지만 하나의 프리즘으로 모아지는 것처럼, 여러 작품들은 결국 환경이라는 메시지로 귀결되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그 하나의 메시지를 이렇게 다양한 소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북극곰, 고래, 새싹, 나비, 플로깅, 가뭄, 바다, 사슴 등을 환경으로 녹여낸 작품들을 보며 작가의 공력과 내공을 생각했습니다.

평소 언어의 운율에 관심이 많은 작가인 만큼 언어적 요소로 환경을 재해석하는 모습도 멋있었습니다. Earth에서 Art를 건져내는 손길하며, Life에서 if를 발견하여 관람객들에게 반문하는 모습, 흙바닥이 쩍쩍 갈라진 모습을 Ain’t Rain으로 솜씨있게 제시하는 모습 등에서 미술과 문학의 접점을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바다(Sea)를 보다(See)는 한글과 영어가 각각 라임이구나 싶어 놀랐습니다. 그렇게 작가의 손길과 눈길 속에서 마지막 퍼즐 한 조각(Last Piece)은 결국 평화(Peace)로 수렴하겠구나, 이 모두는 사람의 모서리를 다듬어 사랑으로 빚어가는 과정이구나 싶어, 안도했습니다.

작품들의 크기는 123*80cm 6, 90*130cm 1, 85*123cm 1, 80*120cm 1, 95*123cm 1, 80*80cm 2, 118.9*84.1*30cm 1, 80*123cm 2점이었습니다. 의도된 것인지 우연일지 모르겠지만 123*80 혹은 80*123 크기가 가장 많았고, 123cm이라는 크기가 여러 작품(15점 중 10)에서 보였습니다. 환경을 향한 노력은 차근차근 단계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내포하는 것 같아 다소 소름이 돋았습니다.

작품의 구현 방식은 디지털 프린트 14점에 UV 프린트 1점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프리미엄 매트지에 디지털 프린트 12, 캔버스에 디지털 프린트 2점이었습니다. 구현방식이 거의 같다 보니 내용은 다양했지만 느껴지는 분위기가 일정했습니다. 디지털 프린트 특유의 화려한 그래픽 요소가 잘 구현되어 있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들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더 슬프기도 했습니다. 문명은 나날이 화려해지지만, 그 안에서 녹색 생명체들은 병들어 가고 있구나 하는 자각 때문이었습니다.

15점의 작품들 중에서도 내내 마음에 걸렸던 작품들이 있습니다. 저는 유독 북극곰을 소재로 한 작품들에서 오래 멈춰 있었습니다. 한 작품은 Save, save, save. 좁은 얼음조각에 기대 겨우 버티고 있는 북극곰 한 마리. 그 옆의 바다가 너무도 맑게 그려져 있어 더더욱 마음이 아팠습니다. 인간이 모으고(save) 줄이면(save) 북극곰을 구할 수(save) 있다, 라는 훌륭한 언어유희 속에서 작가의 메시지는 명료하고 쨍하게 빛났습니다. 사실 환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실천해야 한다는 거지?’라는 물음을 주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우리의 실천 방향과 지향점을 이토록 하나의 그림으로 이야기할 수 있음에 깜짝 놀라고 또 반가웠습니다.

또 한 작품은 Tear, tears. 북극곰이 울고 있는 장면을 찢어, 북극곰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Tear의 상반된 뜻(눈물, 찢다) 안에 담아낼 수 있음에 절절히 감동했습니다. 언어유희를 말장난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런 메시지를 담아내는 언어유희라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찬성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한 작가이기에 재활용으로 연결되는 자원의 순환을 Rink라는 영어단어로 창조하고, 반짝이는 체인과 녹슨 체인을 재활용 로고로 이어내는 간절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겠지요.

환경 전시회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딜레마를 전해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환경을 보호한답시고 작품 창작 과정에서 이미 수많은 물감 등으로 공해를 일으키고, 전시회에 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방문하므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이런 전시회는 안 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회의감이 든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최경균 개인전이 그 회의감에 대한 대답이 된다고 힘주어 말하고 싶어졌습니다.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력하면서도 진부하지 않게 전해서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기억하게 한다면, 시각적 요소 뿐 아니라 언어적 요소를 십분 활용하여 그 기억이 배가되게 한다면, 무엇보다 어떻게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을 줄여갈 수 있는지 방향성과 실천 방법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그러한 환경 전시회는 충분히 열어도 되지 않을까요. 환경에 대한 깊은 고찰 뿐 아니라 앞으로의 환경 전시회의 방향성까지도 제시한 이 전시회를 이 지면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어 행복하다는 감사 인사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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