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순천문화재단 문화기획자 아카데미 심화과정
순천의 모든 축제, 우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차분했던 분위기가 급격히 변한 건 조별 토론이 시작된 후였다. 일반 과정을 거쳐 심화 과정으로 올라온 수강생들은 ‘우리가 만들 축제’를 구상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나이와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머리를 맞댄 채 쏟아낸 기획안들이 강의실 안을 뜨겁게 날아다녔다. 3회차 교육이었던 이날은 “축제를 함께 만들고 즐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축제의 구체적 가치를 그려보는” 강의가 진행됐다. ‘뉴페’ ‘제이넷’ ‘잇다’ 각 조의 발표가 끝나면 강영규 책임멘토는 적절한 조언을 얹어 설익은 아이디어에 힘을 보탰다.
“경상대에서 문화콘텐츠 박사를 수료했지만 기획서를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지식과 활용은 다르더라고요. 이번 심화 과정을 통해 부족한 점을 파악하고, 알고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또 하고 싶은 것을 잘 조합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4년 전 낙향한 서민정 씨는 근화무용단 활동을 하며 문화기획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반 과정에서 기획서 작성법을 배웠다면, 이번 심화 과정에선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것. 시각디자인 전공자답게 색감, 미술, 무용 등을 활용한 축제와 공연을 만드는 게 민정씨의 꿈이다. “재밌어요. 정말 추천합니다!” 비단 그이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참가자 모두 활활, 열의에 불타 있었다.
‘문화기획자 아카데미’는 순천시민과 지역 문화 예술인의 문화적 역량 강화 및 신규 문화기획자 양성을 위해 순천문화재단에서 매년 실시하는 프로그램으로 일반, 심화, 전문가 과정으로 구성됐다. 문화예술 기획의 이해와 제작 실제, 전문 강사 초청 특강, 조별 발표, 우수 기획 현장학습 등이 이어지며, 마지막 주엔 팀별 결과물 성과 공유와 수료식이 진행된다.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이기도 한 강영규 책임멘토가 바라본 낯선 도시 순천은 어떤 모습일까. 순천만국제정원이란 큰 무대를 갖고 있지만 콘텐츠나 인프라 등 다양성 측면은 아쉽다고 했다. “우리는 Like보다 Want에 집중하고 있어요. 행복한 축제보다 지역경제나 규모에 집착한다고나 할까요?” 이번 과정의 실질적 목표는 기획서 작성에 따른 육하원칙 설계지만 감추어진 깊이는 다르다.
“축제는 벌어지지 않은 일들을 준비하는 상상의 작업입니다. 설계 중심엔 순천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이 녹아 있어야 해요. 개인의 역량을 끄집어내 나와 누군가의 역사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요.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만 과정에 더 중점을 두고 진행할 계획입니다.” 즐겁지 않다면 축제가 아니다. 연극배우로 출발해 20여 년간 축제 현장에서 차곡차곡 쌓아온 그이의 오랜 경력이 이번 과정을 통해 어떻게 풀어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자, 각 조는 금요일까지 오늘 발표한 기획안을 정리해 제출해주세요.” “아아, 시간좀 더 주세요.” 강영규 멘토의 마지막 말에 다들 볼멘소리지만 고수의 칼날처럼 숨겨진 미래의 축제들이 반짝반짝 빛을 볼 날을 노리고 있었다. 강의실 안은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도 여전히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순천문화재단 홍보기자단 / 황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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