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9일, 순천문화재단 기자는 ‘순천시 창작예술촌 1호’로 향했습니다. ‘미소짓다 smile again’의 전시 취재를 위해서였는데요. 순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명이, 김화수, 한난영 세 여류 화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기획을 총괄하신 이설제(하얀갤러리 관장)님께 직접 그림 해설 및 의견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자단 취재를 앞두고 미리 연결을 해준 재단 측의 배려가 있었던 덕분이었는데요. 기획자의 입장에서 이번 전시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향후 전시공간에 대한 청사진까지 심도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미소짓다’ 전시는 전시공간이 적다 보니 대형 작품을 걸 수는 없었던 상황에서 세 작가를 선정하고 미리 작가들에게 가능 사이즈를 이야기하여 진행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작품이 크다, 적다로 감동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기획자의 혜안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었고요. 작가의 선정은 자기만의 시그니처(개성, 특징)가 있는 이들을 선정했고, 각 작가는 전시공간을 자연스레 구획하여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신들의 개성을 나타내고 있음이 특징이었습니다. 꽃이 화병에 꽂힌 모습을 그려내는 한난영 작가, 하늘을 그린 그림이 많은 김화수 작가, 화려한 액자 속에 구상하는 김명이 작가가 그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미술 전문용어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구상’과 ‘비구상’ 그리고 그 사이의 ‘반구상’이 그것입니다. 구상이란 사실적으로 나타내는 것(사실화)이며, 반대로 비구상은 추상화입니다. 이번 전시작가의 작품들 또한 이 프레임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구상화는 김명이, 김화수 작가님, 반구상 그 중간에 한난영 작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술의 흐름이 구상에서 점차 비구상으로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음악에서 바흐의 첼로 무반주곡이 비구상의 예인데, 고도의 감을 즉흥적으로 모티브와 관련 없이 나타내야 하기에 비구상은 구현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미술에서는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가 비구상 작가에 해당하는데, 작가의 철학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위험하고 어려운 게 비구상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 제목 선정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미소란 아름다울 미에 웃음 소이며, 꽃을 보면 인간은 미소가 흘러나올 수밖에 없기에 꽃을 소재로 한 이번 전시를 미소짓다로 정했다는 것입니다. 다만 잔잔한 제목이라서 좀 더 선명한 제목을 지을 걸, 하는 생각도 하신다고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참여작가 생애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한난영 화가는 교장선생님 출신인데,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집안의 반대로 교육자가 되었고 그럼에도 미술에 대한 갈증으로 미술의 끈을 놓지 않고 오늘에 이르렀다는 겁니다.
전시 총괄기획이자 작가인 이설제 자신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습니다. 뉴욕 입주작가이기도 했었고 도쿄에서 4년 반 있었던 등 해외에서 오래 활동했다고 스스로를 소개했습니다. 해외 아트페어에서 인지도도 있고, 현대미술과 팝아트를 주제로 활동하면서, 사진도 오래 해서 마리끌레르의 포토그래퍼이기도 했다고 하셨습니다. 현재 하얀갤러리의 관장도 겸하고 있으며 지금도 ‘2024 dot-sapiens 현대인의 미학적 진화’라는 전시회를 진행 중인데 ‘현대인의 소통 부재’문제를 강렬한 색채와 추상으로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하셨습니다. 버려진 베니어합판을 소재로도 그림을 그려왔고, 외국에서의 재료 크로스오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의 전시기획에 관한 고민도 이어 말씀하였습니다. 전시기획에서는 작가 인프라도 중요하고 어떤 컨텐츠로 묶을지와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이를 지역에서 구현하는 어려움을 말씀했습니다. 지역에 있다 보니 누구는 하고 누구는 안해 주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공간 등이 한정되어 있다보니 다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고민이 있다고도 하였습니다. 습관적 전시가 아닌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어 다음번 전시에서는 과감히 외부 작가를 끌어와 전시를 할 계획임도 말씀해 주셨습니다. 27일부터 이슈작가 초대전을 하는데 군산 쪽에 사시는 분으로 독특하며 시인 겸 작가이신 분이라고 했습니다.
수동적으로 펼쳐진 전시를 관람만 해서는 알 수 없었던 여러 사항과 고민을, 전시기획을 하신 분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어서 의미있었습니다. 이슈작가 초대전이 어떻게 펼쳐질 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