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토요일, 늦가을이지만 햇살은 따사로운 날, 순천문화재단 홍보기자는 순천부 읍성 남문터 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순천아회”라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아회(雅會)란 조선 사대부들이 서로 어울리며 풍류를 즐겼던 모임을 말합니다. 2024 순천문화재단 문화기획자 양성 아카데미 심화·전문 과정을 성실히 수료한 ‘프로젝트 그룹 순천아회’(임지인, 박형숙, 신명심, 남태희, 송은주, 김양순) 팀이 이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였습니다. 조상들의 풍류를 오늘 다시 소환하여 우리 시대에 맞는 아회를 탐색하고자 하는 열정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행사는 남녀노소 세대와 공간을 넘나들며 아우를 수 있게, 오감을 깨우는 다채로운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크게 ‘보이는가(歌)’, ‘재미진가(歌)’, ‘들리는가(歌)’의 3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졌는데요. ‘보이는가(歌)’는 시각예술 작품 전시회 ‘순천을 즐기다’(순천의 삶과 문화가 담긴 회화와 사진 30여 점 전시)와, 순천아회 당일의 풍경을 큰 화폭에 담아내는 드로잉 퍼포먼스 ‘순천 아회도’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퍼포먼스는 행사 시작 시간인 2시부터 개시되어 5시까지 지속되었고 그날의 풍경을 생동감 있게 담아 주최 측과 참여자에게 ‘추억을 현상하는 효과’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편 ‘재미진가(歌)’는 전통놀이 체험(고무신 발사, 딱지접기) 및 공예 체험(꽃잎에 물든 책갈피, 은행잎 손수건, 에코백 꾸미기) 및 MBTI 심리검사로 이루어졌습니다. 기자는 딱지접기, 책갈피 만들기, 에코백 꾸미기, MBTI 심리검사를 체험해 보았는데요. 압화 꽃을 코팅지에 넣어 책갈피를 만들거나 에코백에 패브릭 사인펜으로 원하는 만큼 칠을 하는 등, 생활 속 소품을 만들고 그 안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MBTI 검사는 16가지 성격을 진단해주는 심리 도구로써, 약식의 문항으로 참여자의 성격을 진단하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들리는가(歌)’는 지역의 동호회로 활동하는 음악 팀들의 공연을 풍성하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통기타 팀은 기타를 연주하며 박창근의 ‘외로운 사람들’, ‘당신의 꽃이 될래요’를 담담하게 불러 주었고, 하모니카의 백주호님은 이용의 ‘잊혀진 계절’, ‘숨어 우는 바람소리’, ‘인생이란’ ‘넬라 판타지아’, ‘바람’ 노래를 연속해서 들려주었습니다. 이우연 사회자는 하모니카 공연자의 공연을 ‘가을 남자, 사랑하고 싶은 남자’의 공연이었다고 평하였습니다.
국악 공연도 뒤를 이었습니다. 3시에 공연을 시작한 8인의 대금(천년대숲) 팀은 ‘천년을 살리라’, ‘칠갑산’, ‘소쇄원’, 서편제 주제곡인 ‘천년학’, 원장현 작곡의 ‘순천만 갈대소리’를 국악의 기품을 느낄 수 있게 연주해 주었습니다. 대금팀의 회장님은 전통적인 학의 의미(학은 천년을 산다는 전설이 있으며, 십장생 소나무 위의 학은 잘못되었다. 학은 나무 위에 앉지는 못함)를 상세히 풀어 설명해주셨고, ‘순천만 갈대소리’가 원장현 작곡의 3장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이야기해 주셔서 곡의 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반면 분홍빛 쾌자를 맞춰 입은 두 줄의 행복 해금팀은 ‘아리랑’과 ‘홀로 아리랑’, 임영웅의 ‘별빛같은 나의 사랑아’를 연주했습니다. 해금 지도 선생님을 비롯하여 6인으로 구성된 해금팀은 두 줄로 된 명주실을 말총으로 문질러 내야 해서 균일한 소리를 내기 까다로운 악기임에도 여러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절도 있는 단합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기자 또한 해금팀의 일원으로 무대를 함께했는데요. 실수 없이 활을 맞추어 공연을 무사히 마무리하며 전율이 돋았습니다.
색소폰 팀의 공연이 뒤를 이었습니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현제명의 ‘가을’, ‘찔레꽃’, ‘평행선’, ‘딜라일라’, ‘아모르파티’를 능숙한 솜씨로 보여주었습니다. ‘찔레꽃’을 연주할 때 관객석의 해금팀 분들이 함께 그 곡을 연주해주기도 하고, ‘딜라일라’는 이우연 사회자가 옆에서 같이 부르기도 하는 등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장면이 뭉클했습니다.
전통예술단 예향의 공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고운 한복에 쪽진 머리, 부채를 들고 등장한 소리꾼들이 ‘신뱃노래’ ‘풍년이 왔네’ ‘진도 아리랑’을 열창해 주셨습니다. 발림(몸짓)도 단아하시고 부채를 펴는 모습, 노래 모두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고 있어 기억에 남았습니다. 관객들 또한 이 들썩이는 무대에 몸을 들썩이며 공명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무대는 다시 해금팀이 등장하여 함께 어우러지는 앵콜 공연을 하며 마무리되었습니다.
때로 참여자로, 때로 공연자로, 때로 기자로 이 행사 전반에 참여하면서 기획의 공력이 느껴지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었던 행사인 만큼 더 많은 이들에게 홍보가 되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고 이를 즐기는 이들이 많았을 때 더 생동감 있고 다채로운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재단의 지원하에 양성된 문화기획자 분들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서 훌륭한 기획과 진행을 보였다는 것은 유의미한 결실이라 생각됩니다.
모쪼록 큰 행사를 주최 주관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 그룹 순천아회’와, 이를 후원해주신 순천시와 순천문화재단, 함께 일원으로 참여해 주신 공연팀과 전시팀, 참여 시민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