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단 활동소식

에세이몸뻬 사진집의 저자, 신상문 사진작가님을 찾아뵙다
  • 박희연
  • 2024-12-02 오후 1:26:05
  • 249

20241129일 목요일, 순천문화재단 홍보기자는 문화의 거리에 있는 예술공간 카메라타(순천시 영동길 61)로 향했습니다. 순천문화재단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몸뻬 사진집을 내는 신상문 사진작가를 인터뷰하기 위함이었는데요.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치해 한껏 성탄 분위기를 자아내는 전시실에서, 작가님께서 직접 타주신 핸드드립 커피에 몸을 덥히며 인터뷰는 진행되었습니다.

 

첫 화제는 단연 작가님의 방송 출연. 사전에 작가님을 파악하기 위해 시청한 여수MBC ‘어바웃 우리동네이야기로 물꼬를 텄습니다. 지역 사람들과 소재로 꾸려지는 생방송방송이었던 만큼 혹 방송사고가 날까 조마조마하며 임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순천에 정착해 얼마 안 되었을 때여서, 연고도 없으니 알려야지라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하는데요. 긴장하면 멍해지는 경향이 있기에 조심스러웠다며 회고하셨습니다.

 

신상문 작가님이 순천에 오신 지는 7년이 되어간다고 하셨습니다. 왜 순천이었냐고 묻는 기자의 물음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 왔다고 답한 작가님은, 전시공간을 오픈한 이유로 자연스레 화제를 이어갔습니다. 공간 운영 자체가 여러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서였다며, 누군가의 전시회를 하게 되면 그 지인들이 전시회를 오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전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도 펼쳐졌습니다. 작가님께서는 꽂히는 장소에 계속 가게 된다고 고백하며 순천에 그런 장소가 몇 곳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원창역이라고 하셨습니다. 기차가 하루에 네 번 다니는데, 지금은 역으로서의 기능을 잃고 지나가는 역이 된 별량면의 원창역. 근대문화유산이며 일제 수탈의 역사를 증명하는 역의 가치성을 이야기하며, ‘파랑의 역사(驛舍)’ 전시회도 했던 경험을 터놓아 주셨습니다. 역의 전체적인 컬러가 파랑이기도 하고, 아픈 역사(歷史)를 푸른 멍에 비유한 의미이기도 해서 깊은 뜻에 놀랐습니다. 순천만도 좋아하는 장소인데, 주로 관광객 입장에서 가기 쉬운 곳들을 소개하는 사진 일색에서 벗어나, 순천인도 모르는 순천만 곳곳을 사진에 담는다고도 하셨습니다. 순천만 비공식 사진가라며 웃는 작가님의 순천만 사랑이 퍽 순수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아랫장 사진집을 냈을 때의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코로나 때 2년을 작업한 거라 대부분의 사진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라며, 스페인 독감이나 흑사병이 지금은 역사가 되었듯 아랫장 사진집 또한 22세기, 23세기에는 코로나 시국을 보여주는 유물이 될 것을 기대하며 작업하셨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의 순천 작은 도시 아랫장을 기록하여 남긴다는 사명으로 사진에 남긴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사진 또한 훌륭한 역사의 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지더라고요. 사라져가는 것들, 아련한 추억을 사진 속에서라도 살려 놓고자 하는 작가의 집념에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순천아카이브 기록관을 만들고 싶어하시는 작가님의 꿈을 응원하고도 싶어졌습니다.

 

이제 몸뻬 사진집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습니다. 순천문화재단의 창작지원사업의 지원으로 펴내는 현재 사진집은 디자인 작업까지 된 상태이며 아직 인쇄에 넘어가지는 못했다고 하셨습니다. 순천은 도농복합도시라 조금만 시내를 벗어나도 시골이 되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엄마는 나의 엄마라는 마음으로 담아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시에서는 몸뻬 입은 사람들을 잘 찾아보기 힘들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나 등장하지만, 시골에서는 남녀가 다 입는 편안한 작업복이 몸뻬이지요. 작가님은 옛날부터 몸뻬 작업을 하고 싶었고, 밭과 들에서 일하는 엄마들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은 생각을 오래 품어오셨습니다. 태평양 전쟁 때 일본 애들이 간편한 복장을 입었던 게 몸뻬의 시초이며, 해방 후 일본 앞잡이로 오인되니 조심하다가 특유의 간편함으로 다시 찾게 되었다는 몸뻬의 역사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몸뻬 사진집이지만 몸뻬 입은 모습 일색이 되면 지루하니, 상황을 넣어 몸뻬 입지 않은 사람들도 넣었다는 작가의 고뇌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려면 재미, 메시지, 의미를 담아내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하셨습니다. 많이 찍고 공부해야 사진도 잘 찍는다시며, 누구나 핸드폰으로 쉽게 찍는 시대라서 더더욱 각고의 노력이 필요함을 말씀하셨습니다. 예쁘기만 하고 감흥이 없는 사진보다 투박하더라도 감동이 전해지는 사진이기를 지향한다고도 하셨고요. 추천하고 싶은 사진작가를 여쭤보니, 우에다 쇼지와 사올 레이터, 이갑철, 강운구,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작가님들을 서슴없이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몸뻬 사진집이 순조로이 잘 출간되기를 응원드리며 인터뷰는 마쳤습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사진과 삶, 기록의 의미 등을 묵상할 수 있었던 행복한 시간으로 기자단 활동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순천문화재단의 창작지원사업이 앞으로도 열정적으로 지역에서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의 훌륭한 지지대가 되어주기를 희망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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