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3일, 오랜만에 동심으로 돌아가 인형극을 관람하기 위해 순천 청소년 수련관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번 공연은 순천문화재단의 2024 창작예술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된 극단 ‘인형’의 창작 인형극이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어린이들이 단체로 입장하며 공연장은 아이들의 즐거운 소리로 가득했다. 유치원에서 온 아이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입장하는 모습이 귀엽고, 특히 이번 공연에 할머니가 출연하는 어린이들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하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극단 ‘인형’은 전원이 60대 이상의 시니어로 구성된 드문 인형극단이다. 단원들은 무대에서 선보일 모든 인형을 직접 제작하고, 대사와 음향은 오디오로 재생하면서도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서로의 움직임에 맞춰 호흡을 일사불란하게 조절했다. 시니어 단원들이 배경 천에 낚싯줄을 연결해 장면을 직접 전환하는 모습은, 세심한 손길과 연기 열정이 느껴져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고된 작업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키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전했다.
이번 공연의 제작과 연출을 맡은 김효승 단장은 낙안읍성 최초의 축성자인 김빈길 장군의 이야기를 창작 인형극으로 구현했다. 이야기는 왜군의 침략으로 혼란에 빠진 평화로운 낙안읍에서 태어난 김빈길이 자라며 마을의 영웅이 되는 과정을 다룬다. 김빈길은 어려서부터 용감한 성격으로 호랑이와 맞서 싸우고, 무과에 급제해 고향에 돌아온 후 고향을 지키기 위해 토성을 쌓는다. 이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이 협력하여 낙안읍성 축성을 완성하고, 마을에 다시 평화가 찾아오는 감동적인 결말을 통해 아이들에게 협동과 용기의 가치를 전달했다.
이 공연을 보면서 평소에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들, 즉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공동체의 유대감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억을 통해 우리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지 되새기는 일이다. 이번 공연에서 역사적 인물인 김빈길 장군이 다시금 무대에서 살아 숨 쉼으로써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적 의미를, 지역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안겨주는 모습이 바로 그런 가치의 구체적인 실현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형극 공연이 가능한 공간은 지역에 여전히 부족하다. 시청각 장치가 필요한 공연이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공연장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는 시설이 한정적이다. 지자체가 지역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공연장 확보와 같은 인프라 구축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지역 내 더 많은 공연장이 갖춰져 다양한 예술공연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다면, 이는 곧 지역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나는 평소에 예술이 우리 사회를 바꾸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고 믿고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예술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에 자리잡도록 지자체와 재단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인형극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지역 역사 속 인물 김빈길 장군을 재조명하고, 이를 통해 어린이들에게는 교육적 효과를, 지역민들에게는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지역 예술인들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창작 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순천문화재단의 창작예술지원 공모사업이 가능하게 한 중요한 성과로, 이는 재단이 지역 예술가들에게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순천문화재단의 이러한 지원은 지역 예술가들이 자신들의 예술 영역을 확장하는 기회가 되며, 앞으로도 지역 자원과 예술을 연결한 창작 활동이 활성화되고 지역민들이 더 깊이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되길 바란다. 문화재단의 지속적인 지지와 역할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며,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자부심을 가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