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끝에서 피어나는 서민들의 민화, 새로운 흐름을 발견하다: 용지현 작품전[흐름]
평생교육원 수강생에서 여엿한 민화작가로 성장한 용지현 작가의 민화작품전 [흐름]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2024 창작예술지원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용지현 작가의 개인전 "흐름"은 민화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궁중장식화와 병풍을 포함한 채색 민화들이 선보였으며, 용지현 작가는 민화의 고유한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을 접목하여, 전통과 창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용지현 작가는 과거 순천평생학습교육 [모두愛학교]에서 민화를 배우던 수강생에서 시작해, 이제는 어엿한 민화 작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모사 작업을 넘어서,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창작적 시각을 담아낸 오마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시관람객들과 함께 작품에 대한 스토리를 들려주며 도슨트가 되어 민화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용지현 작가와 함께 민화전시작품들을 둘러보았습니다.
[사진_용지현 민화작품전"흐름" 순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에게 작품 설명을 해주고 있는 용지현(우측) 작가]
[사진설명_용지현 작가의 전통민화작품 수련도_섬세한 붓질을 보기위해 가까이서 촬영해보았다]
병풍 형태로 제작된 "수련도"는 삼성미술관 리움에 소장된 19세기 작품으로 전통 민화의 은은한 색감과 나풀거리는 연잎의 표현이 섬세하고 아름다워 관람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 이였습니다.
[사진설명_전통민화작품 '호피도' 생생하게 표현된 털의 느낌]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작품은 "호피도"입니다. 이 작품은 호랑이의 털을 실제처럼 섬세하게 표현해냈습니다. 마치 호랑이의 결을 직접 손끝으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디테일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작가의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장인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으로 손꼽힙니다. 용지현 작가는 전통 민화 속 호랑이의 상징성과 현대적인 표현 기법을 결합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주목받은 작품은 창작 민화로서의 "화병도Ⅱ"입니다.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반짝이는 펄을 넣어 제작되었으며, 전통적인 민화의 소재와 현대적인 재료가 결합되어 밝은 정서와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용지현 작가는 매화를 넣을지 고민하다가, 전통적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변형해보고자 늘어지는 버드나무 잎을 사용하여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는 민화에 등장하는 동물, 식물, 곤충 등의 요소들이 가진 의미와 염원을 창작 민화로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시의 제목 "향기"는 용지현 작가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마음의 향기와 파초라는 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지어졌습니다. 파초는 넓은 잎을 가진 식물로, 불굴의 의지를 상징하며 공부하는 이들에게 행운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용지현 작가는 책 주변으로 은은하게 퍼져가는 파초의 향기를 표현하기 위해 구름 형태의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 작품은 아들이 수험생이던 시절, 그의 성공을 기원하며 그린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진설명_용지현 작가의 창작민화작품'놀이']
작가의 작품은 전통 민화의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컴퓨터 그래픽처럼 정교한 느낌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바림(그라데이션) 작업을 통해 민화 특유의 깊이 있는 색감을 표현한 점이 눈에 띕니다. 민화는 밑색을 칠한 후 여러 겹의 색을 덧칠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색의 깊이와 은은함은 용지현 작가의 작품에서 빛을 발합니다.
[사진설명_대한민국 민화대전에서 최우수상작 용지현 작가의 10폭 병풍민화 '서수낙원도'용과 기린이 노니는 평화로운 모습을 표현한 작품]
작년 강진에서 열린 [대한민국 민화대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용지현 작가의 병풍 민화작품은 현재 강진박물관에 귀속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제 그녀는 여엿한 민화 작가로서의 길을 걷고 있으며, 10년 전 민화를 배우던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의 열정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준 원동력이었다고 말합니다. 순천에서 서울까지 서너 시간을 걸려 민화 전시가 있을 때마다 기차를 타고 다니며 전시회를 보러 다녔고, 그 열정은 지금의 그녀를 만든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민화의 컬러감과 동양화에서 볼 수 있는 붓의 강약 조절에 매료되어, 이를 자신의 작품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전통 민화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해석과 창작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중요한 전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용지현 작가는 전통과 창작의 경계에서 민화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으며, 그녀의 작품을 통해 민화가 가진 은은한 매력과 현대적 재해석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통 민화 작품은 1000여 점이 넘는 방대한 유산을 지니고 있으며, 용지현 작가는 이 전통을 기반으로 하여 창작 민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민화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창작적인 시도를 이어가고자 하며,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소재들을 활용하여 현대적이고 독창적인 민화 작품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 민화 작품의 작가로서, 창작의 한계와 전통의 보존 사이에서의 고민은 여전히 그녀의 작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용지현 작가의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 그리고 창작의 경계에서 새로운 민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민화 예술의 진화와 변화를 담아낸 중요한 전시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