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선암사
국립순천대학교박물관 특별전시회를 가다
조계산(888m)은 인근 백운산(1222m)보다 작고 좁지만, 일찌감치 전라남도 도립공원에 지정된 데다 품 안에 선암사와 송광사를 둔 순천의 명산이다. 하필 선암사는 태고종, 송광사는 조계종이어서, 묵묵히 산자락에 기대어 온 두 절은 제 뜻과는 상관없이 다툼의 중심이 되었다. 2001년 문을 연 선암사 성보박물관이 10년 만에 폐쇄된 것도 그러한 연유에서다.
국립순천대학교박물관(관장 양숙향) 특별전시회 ‘세계유산 선암사’는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분규 당사자인 한국불교 태고종과 대한불교 조계종이 뜻을 모았고, 그 덕에 보물 5점 포함 약 120여 점의 문화재가 선암사 창건 이래 처음으로 속세 나들이를 나섰기 때문이다.
박물관 2층엔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분다. 조계산 산바람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기분만큼은 그랬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선 순간부터 이미 사각형 공간은 시간을 역행해 수백 년 전의 조계산 선암사로 바뀐 듯했다.
“‘세계유산 선암사전’은 총 다섯 개의 주제로 나뉘었습니다. 첫 번째 ‘무시무종,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라는 고승 진영을 중심으로 사찰의 역사를 소개하고요. 두 번째 ‘선교일치, 사상을 주창하다’라는 선암사의 사상 및 승려들의 배움과 관련된 유물입니다. 세 번째 주제는 ‘쌍무지개 지나 만다라를 펼치다’로 기와 및 상량문 등 전각과 관련된 유물이고, 네 번째 ‘승려장인 얼을 담아 비추다’는 불상과 불화 등 승려들의 작품들, 마지막 ‘염불의식 조계산을 울리다’에선 불교 의식과 관련된 불구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설명대로 대각국사 의천 진영(1805년), 인‧천 편액(1801년), 각황전상량문(1835년), 33조사도(1753년), 순치14년명 범종(1657년) 등이 줄을 맞춰 관람객을 맞았다. 가끔 전시실 마룻바닥이 삐그덕 소리를 냈다. 마치 유리 벽 안의 유물이 밖에 선 이를 흔들어 깨우는 것 같았다. 넋을 놓고 바라보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다만 삼층석탑을 해체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한 금동사리탑은 돋보기로 가깝게 보아야 겨우 꽃잎을 찾아낼 만큼 섬세했다.
“선암사 유물은 오랜 세월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했고, 다시 공개되기까지도 많은 환경개선이 필요합니다.”
하여 이번 기회에 더 많은 이들이 선암사의 문화유산을 직접 보고 갔으면 좋겠다는 게 양숙향 박물관장의 바람이다. “선암사 측에서도 오랜 분규를 끝내고 성보박물관 재개관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하루빨리 이 문화유산들을 선암사에서 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에 맞춰 기획됐지만, ‘일류순천, 세계유산을 담(湛)다’란 주제로 8월 한 달간 열릴 ‘2023세계유산축전’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유산축전은 우리나라에 있는 세계유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시작된 사업으로, 순천은 유네스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모두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미래세대에 유산의 가치를 그대로 남겨준다는 취지로 선암사와 순천 갯벌 일원에서 열릴 이번 축전에선 괘불봉안의식과 산사 음식문화 등 다양한 전통 공연, 체험, 재현행사 등을 만날 수 있다.
info
2023 국립순천대학교박물관 특별전시회 ‘세계유산 선암사’
전시 기간: 3월 23일~10월 27일 (7월은 일요일 휴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 (무료)
문의: 국립순천대학교박물관 061-750-5041
2023 순천문화재단 홍보 기자단 / 황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