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순천문화재단 창작예술지원사업으로 순천시와 순천문화재단이 지원한 특별한 전시에 다녀왔습니다. 2024년 6월 13일 부터 6월 19일까지 순천 문화의거리 하얀갤러리에서 진행되었습니다. 하얀갤러리를 찾아가는 은행나무 가로수길에 현수막에 '특별한 시도'라고 쓰인 글귀를 보며 왜 앞에 투명한 판이 하나 가려져 있는거지? 하고 의아해 하며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의도적으로 뿌옇게 실루엣처럼 표현된 글자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의문점은 갤러리에 방문하여 이번 전시를 기획한 작가님과의 이야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설제 작가는 현재 조선대학교 미술대학의 겸임교수로 백제예술대, 순천대학교, 한려대학교, 동신대학교, 종부대학교 등에 출강을 나가고 계시는데요. 200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문화예술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입니다. 작가는 이번 전시작품에 대해 하이브리드 작품라는 설명을 해주었는데요. 하이브리드는 두가지 이상이 결합된 어떠한 조합으로 기존의 미술용어에서는 믹스미디어, 콜라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고, 현대미술에서 프리즈아트페어가 등장하면서 표현의 자유, 기법의 자유, 상업적인 소비에서 콜라보레이션이 있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창작적 기법에 의해서 기법과 재료가 두 가지 이상이 결합하여 하나의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는 하이브리드 기법이 등장하였다고 합니다.
이설제 작가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프로젝트와 문화프로젝트에도 기획연출 총감독으로 참여하였는데요. 2008 광주국제인권퍼포먼스 총괄예술국장, 2014 강원도 평창 향수 프로젝트, 2016 마유크림 개발 프로젝트, 2017 화순 식초비누개발, 2017 화순설치미술제 총감독, 2018 광양시 도시재생 <549프로젝트>감독, 2019 광양 아트옥션 총감독, 2020 공공미술 고흥 총감독, 2023 나주 천연염색 패션소 기획 및 연출을 하였습니다.
이설제 작가의 전시경력은 2007년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이뤄지고 있어 국내외에서 2007 인도 주정부 Art Gallery Travancore기획2인전, 2008 중국 송좡 국제 미술제 한국관 초청작가, 2010 블루칩아티스트전 뉴욕 맨하탄 UN본부 특별전 작가선정, 2012 해외 레지던시 기획사진전, 2013 이론도쿄roonee 갤러리 40여 회 이상의 전시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은밀한 착시[Secret optical illusion]’, ‘나르시시즘[narcissism]’, ‘도트사피엔스’ 시리즈 등 3종을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먼저 ‘은밀한 착시[Secret optical illusion]’라는 작품은 가까이서 보면 꽃의 주변으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어렴풋하게 형체가 보여지는데 한걸음 한걸음 뒤로 물러나서 바라보면 여인의 실루엣이 보여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는데요.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이러한 착시효과가 감상자의 또 다른 심상을 자극하고, 다양한 꽃의 형태와 모양, 그것에 대비되는 풍성한 여체는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감상자의 풍성함과 대비되는 꽃이 될 수도, 꽃속에 감춰진 여체를 보면서 꽃이 곧 자신이 될 수도 있다는 자아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낸다고 합니다.
첫 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은밀한 착시[Secret optical illusion]’입니다. 작업의 시작은 19년 전부터였습니다. 이 작업은 작가의 시각에서 익숙한 시점이 형성되고, 회화적 질감에 따라 극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작가의 철저한 계산의 결과이며, 감상자는 공간과 거리 사이에서 공간감을 형성합니다. 이러한 기법을 이설제 작가는 ‘흐림원근법’이자 ‘공간원근법’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마술에서의 일루션(illusion)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두 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아도취입니다. 작가의 설명으로는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에서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며 그리워하다가 물에 빠져 죽어 수선화가 된 나르키소스라는 미소년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요. 프로이트(Freud)가 이 말을 정신분석학에서 자아의 중요성이 너무 과장되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지칭하였고, 이를 독일의 정신과 의사 네케가 1899년에 용어로 사용하였습니다. 오늘날 나르시시즘적 주체는 무엇보다도 성공을 추구합니다. 그에게 성공은 타자를 통한 자기 확인을 가져다주며 그것은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서 상업적 프레임 안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트랜드 아이콘으로 재구성되며, 나르키소스가 그러했듯이 명품샵의 쇼윈도우 안의 마네킹을 본인의 모습으로 리프렉션 합니다. 그러한 현상 속에서 많은 여성들은 쇼윈도의 마네킹을 동경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능동적 노력을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현대사회에 있어 여성을 긍정적 측면으로 재해석하며 이것을 현대사회의 새로운 소셜-나르시시즘이라 해석합니다. 이러한 나르시시즘을 작가는 다양한 형태의 오브제로 포토콜라주 형태로 재구성하여 현대 여성의 심미적 나르시시즘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 사진 작업을 하였습니다.
세 번째로 만나볼 작품은 ‘도트사피엔스[Dot-saiens]’ 현대인의 미학적 진화입니다. 작가의 설명으로 ‘슬기로운 사람’인 Homo sapiens. 하나의 단순했던 피조물은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변하기 시작합니다. 1758년 칼 폰 린네가 명명했던 호모사피엔스는 라틴어로 ‘현존하는 인류’로 출발했습니다. 현대에 이른 지금 여기에서 더 나아가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까지 확장되었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진화라고 부릅니다. 마치 직립보행하는 단순한 생명체였던 인류가 현대에 이르러, 생각하는 인류가 되었고, 지금의 사람들의 수만큼 다양한 관점의 세계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현대인에게 또 다른 진화는 무엇일까? 인간적 소통과 상호 인식의 모호함이라는 경계에 서있는 인간의 고독한 모습을 때로는 역설적으로 그것을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 극히 에고이스트적인 인간들의 각각의 모습과 새로운 시대의 욕망,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키워드는 상업주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